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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일정에 맞춰 수술받는 혼족 환자

by 은수달


"수술은 당장 담주라도 받을래? 미뤄서 좋을 건 없잖아."

"담주 주말엔 일정 있어서 힘들어요. 다다음주는 어때요?"


조직검사 결과지를 들고 수술받을 병원을 예약한 뒤 대기실에서 간장종지와 순서를 기다렸다. 이번 진료도, 다음 수술 날짜도 혼족이라는 이유로 보호자인 엄마 일정을 고려해야만 한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혼자 받아도 되는데, 자신이 보호자임을 강조하며 때론 과도한 간섭이나 걱정을 자청하는 간장종지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술비는 원래 비급여인가요? 수술할 때 많이 아픈가요? 회복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진료 마치고 수술에 관해 상담을 받는데, 엄마는 나 대신 궁금한 점들을 연달아 쏟아냈다.


"실비를 좀 더 비싼 걸로 들지 그랬니? 그럼 보험료도 더 많이 청구할 수 있을 텐데..."

"그 당시만 해도 병원 가거나 수술받을 일이 거의 없었잖아요."


보험 가입한 지 이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입원이나 수술비 등 큰 비용이 든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중을 대비해 암이나 성인병 위주로 보험을 들었다. 하지만 특정 질환 때문에 이렇게 진료를 자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가족력 있으신가요? 평소에 홍삼이나 녹용, 호르몬제 자주 드시나요?"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의사는 이것저것 물었지만, 전부 해당사항이 없었다. 특이한 체질 혹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졌을 거라는 추측만 가능했다.


결국 엄마의 일정이 비는 6월 말에 수술 일정을 잡고 심전도와 피검사도 추가로 했다.


평소엔 혼족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거의 없지만, 지금처럼 보호자 동반이나 동의를 요구하는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이 혼족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예전엔 보호자가 반나절 만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 임의로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적도 있다.


혼인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가족 제도는 때로 동거 커플이나 혼족에게 부당함을 안겨준다. 언제쯤이면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되어 당당하게,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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