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랑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보쌈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삼이의 존재만으로도 서운함과 분노를 느꼈던 간장종지는 경계심이 풀렸는지, 아님 나의 노력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예상 못한 반응을 보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때론 자식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거나 짓밟는 부모도 있다.
나도 학창 시절엔 엄마의 인형 노릇을 하는 게 지겨워서 얼른 독립하고 싶었고, 도망치듯 상경해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고향에 내려온 순간부터 비극은 되풀이되었고, 진정한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신학대에 가고 싶었던 한 남자가 있다. 부모를 설득하려 했지만, 의사가 되기 싫으면 호적을 파겠다고 해서 결국 인연을 끊고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뒤 시골로 내려갔지만, 힘겨운 농사일과 시댁의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이혼한 여자도 있다. 호주에서 시어머니와 같이 가게를 운영하던 어느 며느리는 성격 차이를 견디다 못해 임신한 몸으로 혼자 귀국했단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책임감과 사랑으로 키우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대나 보상 심리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적당히 표출되면 다행이지만, 때론 폭력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네가 너무 바른말만 하니까 가끔은 얄밉다. 어떻게 한 마디도 안 지니?"
주관이 뚜렷하고 논리적인 내 성격을 못마땅하게 여긴 엄마가 불쑥 내뱉은 말이다. 반면에 간장종지는 감정이 앞서고 종종 말이 바뀐다.
하지만 부모를 이기는 것이 싸워서 원하는 것을 얻거나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식은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하고, 부모의 그림자를 극복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낳아서 키운 건 부모의 의지이지만, 자식이 본인 뜻대로 살고자 하는 건 때로 부모의 기대를 역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짜 효도는 자기 앞가림 제대로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거야. 어설프게 효자 노릇하느라 괜히 힘 빼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부모의 기대와 자아 사이에서 방황하던 친구는 뒤늦게 독립을 선언하고, 잃어버린 인생을 찾아가는 중이다.
동물이 품에 안은 새끼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것처럼, 인간도 자식을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