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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일정을 소화한 어느 주말

by 은수달


"정모 마치고 점심 먹은 후 운영진 미팅 있어요. 끝나면 4시쯤 될 것 같아요."


지난 주말은 일정이 겹쳐서 정신없이 보냈다. 독서모임 진행을 맡은 데다 하필 그날 지인의 버스킹이 있어서 고민하다 결국 참석하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불청객이 찾아와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내야만 했다.


"누나, 집에 잠시 들러서 초코 약이랑 간식 좀 챙겨줄래?"

거기다 남동생네가 장기간 집을 비우는 바람에 반려견 초코까지 챙겨야 했던 것이다.


"위로 가면 덥고 길도 복잡하니까 지하로 갈까요?"

무더위 때문인지 잠깐 걸었는데도 땀이 차면서 불쾌지수가 급상승했다. 애삼이를 데리고 지하 주차장을 가로질러 초코를 만나러 갔다. 혼자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가 우릴 보자 격하게 반겼다.


무사히 심부름을 마치고 근처 마트에 들러 음료수를 사서 나온 순간, 카페에 외투를 두고 온 사실이 생각났다.

"여기서 기다려요. 금방 다녀올게요."


그렇게 또다시 더위를 뚫고 카페로 향했다. 버스킹 장소에 도착하니 5시가 훌쩍 넘었다.


눈에 익은 인물들이 여럿 보여서 반가웠다. 이사한 뒤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음악학원을 재오픈한 지인 부부는 학원 이름도 알릴 겸 버스킹을 준비했단다. 야외 행사라 변수가 많고 그만큼 챙길 것이 많을 텐데, 그들은 차분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틈틈이 박수도 치고 사진 촬영도 하면서 행사를 즐겼고, 노을을 구경하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해질녘의 다대포는 언제 봐도 설레고 반갑다.


학원 안을 둘러보고 치킨을 나눠 먹으며 그동안의 노고를 나누었다. 연습실이 생각보다 깔끔하고 방도 여러 개 있었다. 나도 어릴 적부터 배워서 그런지 피아노를 만나면 왠지 친숙하고 정겹다.


그렇게 하루 만에 4개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귀가하자마자 씻고 뻗어버렸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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