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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 집단의 장단점

by 은수달



"맛있는 건 우리끼리 먹고, 맛없는 건 나눠 먹어야죠."

과장님이랑 간식을 배분하면서 농담처럼 내뱉었지만, 남자 직원들은 반응이 없다. 그저 받은 간식을 말없이 먹을 뿐.


남초란 한 인구 집단 내에서 남성(男)의 수가 여성의 수를 초과(超)하는 상태를 말한다. 인구 성비 불균형 외에도, 특정 업종이나 환경에서 남자 비율이 높은 현상도 남초라고 일컫는다.

-나무위키


여중과 여고를 졸업했지만, 남초 집단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는 중이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엔 여성의 비율이 높아서 여자들의 괴롭힘에 시달릴 가능성도 크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게 된 A는 몇 달 만에 살이 눈에 띄게 빠졌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특유의 붙임성을 발휘해 열심히 일하던 B는 여자 매니저의 텃새를 견디다 못해 그만두고 말았다. 모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올케는 학부 때 선배들의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주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악습을 일컬음) 때문에 힘들었단다.


반면에 남성의 비율이 높은 남초 집단에선 불만이 있으면 대놓고 얘기하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 사이에선 소위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면의 남자들끼리 나이부터 묻는 이유도 집단 내 서열을 정하기 위해서란다.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도 제조업이라 여자 직원은 사장님 제외하고 나와 과장님이 전부다. 인근 식당에 가도 남자가 대다수라 여초 집단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코로나 시절, 타 업체와 구내식당을 같이 이용한 적 있다. 줄을 길게 서 있으면 다른 업체의 남자 직원이 양보해주기도 하고, 혼잡한 곳을 지나갈 때면 길이 저절로 열리기도 했다. 가끔 열차나 비행기에서 짐을 실을 때 주위의 남자가 흔쾌히 도와줄 때면 남자의 유전자 속에 '친절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는 세포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라는 생물학적 성을 무기 삼아 선배들한테 밥을 수시로 얻어먹거나 교수님한테 잘 보여 학점을 또래보다 높게 받는 여학생들도 여럿 보았다. 요즘엔 여자 상사가 남자 후배한테 성희롱을 하거나 일부러 힘든 업무를 골라서 시키는 경우도 많단다.


"너한테 관심 있어서 일부러 야근시키는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잠시 알고 지낸 동생은 퇴근 삼십 분 전에 급한 일을 맡기고,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종종 떠넘기는 여자 상사 때문에 하소연하곤 했다.



[남초 집단의 장단점]


1. 사소한 일에 집착하거나 신경 쓸 일이 적다.

2. 불만이 있으면 대부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3. 다른 사람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4. 리액션이 약한 편이다.

5. 가끔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6. 남자들끼리 권력 다툼이 생기기 쉬우며, 이성 문제가 생기면 복잡해진다.

7. 여자한테 감정 노동을 은근슬쩍 떠넘긴다.

8.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힘쓸 일이 생기면 협력이 가능하다.

9. 대체로 입이 무거운 편이라 쓸데없이 소문이 돌 위험이 낮다.

10. 공용으로 화장실을 쓸 경우 위생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위의 장단점 역시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편적인 특징들을 정리해 보았다. 단지 남녀 성비에 따라 업무 강도나 사내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진다면, 특정한 집단을 기피하는 현상도 생기지 않을까. 실제로 주위엔 여초 집단의 분위기에 못 이겨 이직하거나 말 못 할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여자들 사이에선 사소한 일도 공론화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세 가지를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입조심, 행동조심, 비교 또는 편애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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