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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by 은수달


'왜 안 되는 거지? 여기만 그런가?'


운동 마치고 출출해서 근처 맥도날*로 향했다. 차에 지갑을 두고 왔지만, 휴대전화에 저장된 앱카드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오스크로 주문한 뒤 결제를 하려고 하자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는다. 혼자 끙끙대다 카운터로 향해 도움을 청했다.


"손님, 이 카드는 사용이 안 되는데 삼*페이는 없으세요?"

"있어요."

휴대전화를 직원한테 내밀었지만 페이가 아니라 카드앱이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카드를 새로 등록하라고 했다.

'카드를 안 가지고 와서 이걸로 결제하려는 건데, 새 카드를 등록하라고?!'


페이를 오랫동안 안 써서 그런지 초기화되어 있었고, 결국 햄버거를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바로 옆에 있는 와플 매장에 들렀다.

"계좌이체 가능하죠?"

재차 확인한 뒤 와플을 주문했다.



얼마 전, 어르신들의 출입을 금하는 매장이 기사화된 적이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진상을 부려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규칙이란다. 하지만 노키즈 존만큼 황당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룰(?)이었다. 물론 나도 카페일 하면서 쓸데없이 반말하거나 무례하게 구는 어르신들을 여럿 보았다. 그렇다고 그렇지 않은, 다른 어르신들까지 못 오게 막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모 몇 살이야?"

같이 놀던 막내 조카가 불쑥 물어서 대답을 망설였다.

"몇 살처럼 보여?"

"음... 스물두 살?"


나이 개념이 약한 조카에겐 내가 큰 조카보다 조금 많게 보였나 보다. 그래서 그렇게 만만하게(?) 대한 걸까.




예전에 자주 가던 서점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연락한 적 있다. 사장은 대뜸 나이를 묻더니 곤란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도서관에서 일해 본 경험도 있고, 잘할 자신 있어요."

하지만 상대는 직원 채용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며 말을 바꾸었다.


시내에 있는 공유 오피스의 임대료를 지원해 준다는 사업 공고를 반가운 마음으로 유심히 살펴보다 나이 제한에 눈길이 멈추었다.

'만으로 해도 딱 한 달이 모자라네. 그래도 확인해 보고 지원하는 게 낫겠지?'

곧바로 담당자한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해 보지만, 기관에서 정한 사항이라 하루가 지나도 서류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청년 나이를 일괄적으로 정해놓고 차별하는 거지?'

억울했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올해 몇 살이지?"

해마다 부모님은 내 나이를 확인하는, 몹쓸 병을 가지고 있다. 대답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생물학적 나이를 인식해야 한다. 예전처럼 결혼하라는 성화는 못 하지만, 눈가에 주름살이 늘었다며 팩폭의 화살을 사정없이 날린다.


나이 먹은 게 벼슬은 아니지만, 나이 많다고 이해력이나 순발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이나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기거나 유연함으로 위기를 잘 넘기기도 한다.


요즘엔 어린 꼰대들도 많아서 어떤 면에선 기성세대보다 더 보수적인 것 같다.


어쨌든, 나이 먹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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