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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를 보면서

by 은수달

"고졸에 방판이나 하는 루저면서..."


"급이 있다고 치자. 그럼 그 급은 누가 정하는 건데?"


SNS의 영향력이나 재력으로 급(?)이 나누어지는 세상이 왔다. 대다수가 유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유명인사를 따라잡으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른다.


"일단 유명해지자. 그럼 뭐든 먹히지 않겠어?"

"유명해져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아무리 콘텐츠가 괜찮아도 인지도가 낮으면 소용없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유명세가 밥을 먹여줄지는 몰라도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나도 한 때는 유명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미친 듯이 글을 쓰고, SNS에 피드를 올리고,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유명해지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지, 아니면 나의 개성이 부족했던 건지 어느 순간 한계가 왔다.


"사진 구도 예술인데요. 진짜 멋져요."

"역시 인플루언서 답네요."


며칠 전에 오픈채팅방에 산책길에 찍은 사진을 공유한 적 있는데, 뜻밖의 칭찬이 이어졌다. 살짝 쑥스러웠지만, 그동안 열심히 찍고 기록으로 남긴 보람이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셀럽'이 된 주인공 아리는 인생 역전을 맛보지만, 열등감까지 숨기진 못한다. 국회의원의 딸이자 문화재단 이사장인 시현은 타고난 셀럽이다. 모임에서 아리를 처음 만나게 되고, 그녀의 솔직함에 반해 인연을 이어간다. 아리의 고등학교 동창인 민혜는 SNS 셀럽이지만, 아리의 팔로워가 치솟자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다시 발동한다.

-나무 위키 '셀러브리티 등장인물'


소시민으로 태어난 뱁새들은 부를 가지고 태어난 황새들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자신도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황새가 될 수 있을 거란 착각에 사로잡힌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지났다. 용의 유전자를 가진 일부 세대만이 부나 재능을 물려받을 수 있는, 치열한 경쟁 사회가 도래했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삶에도 말 못 할 고충은 있다. 기업가로 성공한 부모님 덕분에 지인들한테 종종 '은수저'라는 얘길 듣는다. 그러나 집안에서 인정받거나 살아남기 위해 남모를 수난을 겪거나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넘겨야 했다.


남들보단 나은 삶을 원하고, 집단에서 뒤처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때론 남을 짓밟거나 이용해야 한다고 세뇌당하기도 하지만, 인간답게 살려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 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진화는 우연의 결과일 뿐, 반드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건 아니라고 역설한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 다른 목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돼."

학창 시절부터 엄마한테 지겹도록 듣고 있는 말 중의 하나다. 물론 그런 남자, 아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피해 의식의 발현이 아닐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남자라는 종족을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면 곤란할 것이다. 셀럽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화려함에 매혹되어 섣불리 따라 하거나 추종한다면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나방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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