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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l 17. 2023

52화 E와 F 사이: 알지만 인정하기 힘든 차이


"평일에 모임 없는 날엔 각자 쉬자요~"


어느 아침,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그로부터 톡이 도착했다.


'일이 바빠서 그런가? 아님 얼마 전 다툼 때문인가?'


논리적이고 오후형 인간인 나와 감정이 앞서고 야행성인 애삼이 사이엔 건너기 힘든 강이 놓여 있었지만, 우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잘 지내왔다.


그러나 지난주에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곧 퇴근각]


7시 조금 넘어서 퇴근하면 늦어도 8시엔 우리 동네에 도착한다. 별일 없으면 보기로 약속했고, 예상대로 7시 10분쯤 되자 그로부터 톡이 왔다.


[다들 갈 것처럼 하더니 퇴근할 생각이 없네요 ㅠ]

[약속 있다고 얘기하고 먼저 나오면 안 되나요 ㅠ]


소규모 회사인 데다 다들 눈치가 더럽게 없어서 점심 시간도, 퇴근 시간도 들쑥날쑥한 편이다. 점심시간은 그렇다 치고, 일정하지 않은 퇴근 때문에 마냥 그를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카페 오후의 숲


"이 동네 음식점들은 9시 되면 거의 다 문 닫아요. 도착해서 시켜 먹으면 넘 늦고요."

"늦는다는 사실보단 매번 이렇게 기다리고, 또 그걸 변명하느라 바쁜 애삼이가 야속해서 그래요. 담엔 퇴근 시간에도 알람 맞춰놔요."


각자 할 일 끝났거나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퇴근 시간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잔업이나 야근할 일이 거의 없다.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잔업을 주로 하고, 설계팀도 진짜 바쁠 때만 야근한다. 더군다나 관리부에선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치는 편이라 애삼이처럼 퇴근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거의 없다.


최근에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거래처에서 요구사항도 많고 말도 계속 바뀌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애삼이다. 전부터 이직을 생각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는 데다 동종 업계가 아닌,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려니 두려움이 앞서나 보다.


"일단 정보부터 알아보고 거기에 필요한 걸 준비하면 되잖아요. 구직한다고 곧바로 채용되는 것도 아니고, 신입으로 들어가는 거니 적응하려면 시간도 걸릴 테고요."


전부터 내가 강조해 온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며 그는 차일피일 미루던 지난날들을 반성 혹은 자책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그를 다독거렸다.


"혼자서 하면 의지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으니 일단 모임 형태로 같이 해 봐요."


그렇게 만들어진 자기 계발 모임 <드림온> 아직 인원은 적지만,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예전엔 연애하는 시간조차 아까워 소개팅이 들어와도 거절하거나 내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들한테 철벽을 쳤지만, 지금은 '연애가 최고의 자기 계발 자극제'라는 송창민 컨설턴트의 말을 되새기며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이번 기회에 우린 서로의 차이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처럼, 관계도 계속 이어가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http://aladin.kr/p/HKO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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