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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가로운 금요일 밤

by 은수달


"저 먼저 퇴근할게요."


오늘따라 컨디션도 안 좋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귀가하는 길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진통제 먹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슬슬 배는 고팠지만 챙겨 먹기 귀찮았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돈가스나 먹으러 갈까? 밥 먹고 카페에서 책이나 읽어야겠다.'


그렇게 대강 동선을 머릿속에 그린 후 움직였다. 시동을 거니 초코도 신나는 모양이다. 다행히 음식점 앞엔 주차공간이 있었다. 지갑이랑 스마트폰만 챙겨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몇 분이세요?"

"혼잔데요."

당당히 외치자 편한 자리에 앉으라고 직원이 말한다. 비 오는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창가에 앉았지만, 테이블이 높아서 그런지 밥 먹기엔 살짝 불편했다.


위가 예민해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탈이 잘 난다. 그래서 돈가스도 잘게 썰어 꼭꼭 씹어먹는다. 다행히 오늘은 탈이 나지 않았다.


혼자 여유롭게 식사를 즐긴 후 근처 카페로 향했다. 자주 가는 카페는 브레이크 타임이라 오랜만에 '오후의 숲'이라는 곳으로 향한다. 해가 져서 오후는 아니지만, 숲 속 같은 분위기를 즐겨본다.


말차 아이스크림 라테. 많이 차갑냐고 물었더니 온수를 같이 내준다. 아무리 더워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거나 덜 차가운 음료를 마셔야 한다. 여름철에 피부와 위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펼쳐놓고 필사를 시작한다. 이렇게 열심히 필사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게 된다.


요즘 쓰고 있는 에세이도 꼼꼼히 훑어본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책을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귀가 후 씻고 가볍게 스트레칭도 한다.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오지만 모른 척한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다. 한가한 금요일 밤이 아쉽게 지나가고, 또 다른 날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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