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소모임의 모임장이자 아버지랑 같이 사업 중인 2세이다. 한 업종에서 십 년 넘게 일하며 경력을 제법 쌓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제대로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단다. 거기다 얼마 전엔 해외사업도 시작해서 출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몇 달 전,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부고를 받았다. 주인공은 바로 사장님의 외동아들. 회사 근처에서 숙식하며 열심히 일하던 아들을 사장님은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귀가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어릴 적에 부모님 통해서 알게 된 오빠가 한 명 있다. 휴가철마다 자주 어울렸고, 가족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결혼해서 잘 산다고 들었는데, 어느 날 부고를 접했다. 일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지만, 유명을 달리했다. 그 당시 그의 나이는 삼십 대 중반이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한 달 내내 기침을 달고 산 적이 있다. 약 먹고 목에 좋다는 걸 챙겨 먹어도 소용없었다. 일을 줄이고 틈틈이 쉬고 난 뒤에야 기침감기는 차츰 사라졌다.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디자이너의 자살은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왔다. 아내와 아이를 둔 가장이, 왜 그토록 스스로 혹사시키며 사지로 달려간 건지 의문과 함께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거나 주위의 압박을 받으면 저도 모르게 무리하거나 야근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 심지어 해외 파견에서도 주 70시간 이상 일하느라 쉴 틈이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평균 노동시간이 길다고 소문난 대한민국. 매출과 성과를 위해서라면 영혼마저 갈아넣기를 강요하는 조직 분위기.
선택지가 좁다는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틴다면, 경력에 대한 미련 때문에 한 달에 두세 번 링거 맞아가며 버틴다면 과연 누구를 위해 혹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자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