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독일상 훔쳐보기 12화

12. 슈퍼노멀

by 은수달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더 많이 잃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가는 것에 공포를 느껴야 한다.

-주언규, 슈퍼노멀


"저자의 말처럼 좋아해서 따라 해 보거나 벤치마킹에 성공해 본 적이 있나요?"

진행자의 질문에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스토어 운영하면서 비슷한 콘셉트이나 규모의 브랜드를 많이 참고했어요. 절실하니까 뭐든 하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신사임당'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따라 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죠."

그는 '신사임당'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풍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모임이 끝난 후 기념 촬영을 했고, 다들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치킨 먹으러 가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선뜻 따라나섰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가보면 알겠죠."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지만, 정확한 위치가 기억나지 않아서 그는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걷다 보니 매장이 나왔다.

"아, 저기였네요."


남자 셋에 여자 한 명이 모이면 무슨 얘기를 할까. 그들 모두가 싱글이라면...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A와 그녀를 향해 B가 물었다.

"몇 년 전에 다른 모임에서 만났어요.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났죠."

"저는 계속 활동했었는데... 그 사이 표정이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

"맞아요. 힘든 일들 지나가고 이제 좀 편안해졌죠."


술을 마시자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집이 같은 방향인 A와 그녀는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그는 혼자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조심해서 가세요."


작별 인사를 건네는 그를 향해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아쉽게 쳐다보다 그도 어느새 사라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독일상 훔쳐보기 1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