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독일상 훔쳐보기 11화

1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은수달


그 이후에도 그녀는 다른 이들과 함께 혹은 다른 이들로 인해 행복감을 맛보았지만, 그렇게 전적으로,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방식으로 행복했던 것은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번주 토요일에 바쁘세요? 안 바쁘면 파티 같이 가실래요?"

그녀한테 파티 동행을 제안하는 그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파티요?"

"제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그날 저녁에 파티가 열린대요. 주제가 시티고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피드를 보여주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재밌겠네요. 갈게요."


혹시나 선약이 있을까 봐 그는 걱정했는데, 그녀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들은 시내에서 저녁을 먹은 뒤 해가 질 무렵 파티 장소로 향했다. 매장 입구에는 티켓팅을 하려고 사람들이 길을 줄게 서 있었다.


"역시 장난 아니네요. 전에 와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있어서 못 왔거든요."

"분위기 좋네요. 건전한 클럽 같아요."

"맞아요. 코로나 때문에 꾹꾹 눌러 담은 욕구를 마음껏 분출하기 좋을 것 같아요."


바에서 칵테일과 주스를 가져온 그들은 입구 쪽에 서서 파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시티팝 좋아해요?"

"네. 음악은 장르 상관없이 대체로 좋아해요. 특히 시티팝은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아요."


음악이 쾅쾅 울리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좀 더 가까워졌다. 그녀가 뿌린 은은한 향수가 코끝을 맴돌았고, 조명에 비친 그녀의 흰 셔츠와 손목을 감싼 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시계 예쁘네요."

"액세서리에 별로 관심 없는데, 얘는 처음 보자마자 반했거든요."

"제가 작가님한테 그런 것처럼요?"

그의 기습적인 질문에 그녀는 슬며시 웃기만 했다.

"잠시만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파티가 끝나갈 무렵, 그들은 매장을 빠져나와 천천히 걸었다. 바닷바람이 그들 주위를 맴돌았고, 가로등 불빛은 그들을 비추었다.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 일부를 덮쳐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잠시만요."

그의 손길이 뺨에 닿는 순간 그녀는 움찔했다. 익숙하지만 낯선 손길,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숨결.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해 준비된 연주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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