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 너는 말한다. "나가기는 더 어렵고."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퇴근을 앞두고 그녀는 가방에 넣어둔 하루키 신작을 떠올렸다. 묵직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견고한 세계가 궁금했고, 나중에 운동 마치고 나면 만나러 가겠다고 다짐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그와의 거리를 그녀는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정확히 말해,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고, 희미한 감정을 느끼고, 때론 자연스러운 터치. 그다음엔...
진심으로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소설 속 화자가 그랬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원하는지, 그것이 진심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커튼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한 창밖 풍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