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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Oct 01. 2023

혼밥해도 괜찮아

프로 자취러의 생존전략


"또 혼자 먹어? 친구 불러서 같이 먹지."

"괜찮아. 약속 잡는 것도 귀찮아서."


혼밥을 해본 적 없는 친구는 종종 혼밥 하는 날 이상하게 여긴다. 영화도, 쇼핑도, 전시회 관람도 혼자 즐기기 시작한 건 이십 대 초반부터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타지에 올라갔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일상이 바빠지면서 혼밥의 편리함을 깨달았다.



연휴 사흘째, 사우나를 다녀오면서 김밥과 어묵탕, 그리고 커피를 사 왔다. 엄마한테 얻어 온 파김치와 수박, 친구한테 얻은 튀김을 그릇에 덜어서 맛있게 먹었다.


자취를 이제 막 시작한 이들은 고민이 많다. 밥은 어떻게 해먹을 지, 빨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방용품은 어떤 걸 사야 하는지 등등. 비용은 둘째치고 부모가 대신해주던 집안일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립해서 살다 보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질 뿐만 아니라, 장점도 많다. 내가 원할 때 먹고 자고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이자 행복인지 느낄 수 있다. 


"넌 집에 꿀단지 숨겨놓았니?"

본가에 가서도 좀처럼 자려고 하지 않는 내게 엄마가 서운해하며 물은 적이 있다.


잠자리에 예민한 편이라 여행 가서도, 본가에서도 리듬이 깨져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래서 웬만큼 친한 사람들과 동행하거나 편한 장소가 아니라면 숙식은 엄두가 안 난다. 그리고 밖에 오래 있으면 나만의 아지트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간절해진다.


프로 자취러로 거듭나는 법

1. 가계부를 쓰면서 한 달 예산을 짜본다.
2. 잡화, 주방용품 등은 다이소 등의 할인매장을 적극 이용한다.
3. 집안일은 요일별로 구분해서 한다.
4. 세탁은 흰 빨래와 색깔 빨래 혹은 속옷과 수건 등을 구분해서 하고, 첫 세탁은 가급적 드라이를 맡긴다. 운동화도 세탁소에 맡기면 좀 더 깨끗한 상태로 오래 신을 수 있다.
5. 배달 및 포장 음식 횟수를 정하고, 반찬은 사 먹거나 얻어온다.
6. 옷은 이월상품이나 세일 기간을 이용한다. 사이즈가 비슷한 지인이 있다면 얻어 입는다.
7. 각종 쓰레기는 제 때 버리고, 냉장고는 절반만 채운다.
8. 혼자만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건강관리에 특히 신경 쓴다.
9. 아프면 미련하게 참지 말고 약국이나 병원을 찾는다.
10. 주위 자취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양이 많은 음식은 나눠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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