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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Sep 29. 2023

제사 음식은 전문가한테


"이번엔 집에서 하지 말고 분식집에서 주문해요. 저희 동네에 맛있는 튀김집 있어요."


연휴를 앞두고 회사일 마무리하느라, 집안일 챙기느라 유독 정신없었다.


할머니 돌아가신 후 제사를 남해에 있는 큰댁에서 지내기로 해서 명절 때는 부모님이랑 남동생 내외만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외조부모님의 산소를 방문예정이라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고, 튀김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한테 솔깃한(?) 제안을 했다.


해마다 명절 때면 제사 문제로 싸우는 집안이 많다. 누구는 비용을 적게 보탰느니, 누구는 늦게 왔느니, 누구는 애들 핑계로 빠졌느니 등등.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라서 할머니 생전에는 제사를 누가 모시느냐를 두고 친척들이 말다툼을 했고, 차남인 아빠 혹은 장손인 남동생한테 넘어올 뻔했던 제사를 큰아버지가 맡겠다고 나서준 덕분에 일단락되었다.



물론 조상을 기리며 정성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집안마다 풍습이 다르고, 각자 사정이 다른데 '이런 날엔 이렇게 해야 한다'라며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어른들이 문제다.


"제사 음식 준비하느라 힘들게 고생한 여자들이 왜 남은 음식 먹어야 하죠?"


제사가 끝나기 무섭게 주방으로 달려가 남자들 밥상 차리느라 바쁘고, 뒤늦게 남은 음식으로 허기를 때우는 여자 어른들을 보면서 아버지한테 반문했다. 심지어 절도 여자가 하면 부정 탄다는 이유로 남자들만 절하게 만드는 모습에 반기를 들었고, 그 뒤론 여자들도 절을 할 수 있었다.


조선 시대부터 변질된 제사 풍습을 답습하는 집안이 여전히 많다. 교수님 한 분은 가족들이 명절 때마다 음식 준비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제사를 없애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가족들이 안부 주고받고, 음식을 나누어 먹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명절. 그리고 우리를 낳아준 조상을 잊지 말고 기리자는 의미를 가진 제사.


공들여 장만한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거나 명절 혹은 제사 준비하느라 무릎이 닳고 허리가 휘는 대신 전문가한테 맡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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