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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Oct 04. 2023

연휴 3일 내내 출근한 이유


아톰아, 어딨니?


연휴 둘째 날, 반려견 아톰 대리를 챙겨주기 위해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혼자 지내는 아톰 때문에 우린 연휴가 다가와도 그리 반갑지 않다. 이번엔 나랑 과장님이 교대로 당번하기로 했다.


집이 가깝고 챙길 식구가 없는 내가 금토일, 식구가 있는 과장님이 월화.


[집에 데려가서 임보 했으면 더 즐거웠을 것 같아요]

[대리님이 멀미가 심해서... 현장 돌봄만 가능하답니다]


길거리를 떠돌다 우리 회사에 온 지도 십 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남매를 낳았지만, 둘 다 입양한 뒤로 혼자 지내고 있다. 정확히 말해, 사무실 직원들과 동거 중이다.


돌아가면서 사료와 간식뿐만 아니라 각종 물품을 사다 나르고, 얼마 전엔 집도 새로 장만해 주었다. 분기별로 목욕이랑 미용도 시키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간다.


소형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몇 년은 대리님 곁에 가지 못했고, 만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거의 매일 마주치다 보니 차츰 익숙해졌고, 이젠 하루에 한두 번 쓰담도 해준다.


아톰 덕분에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한테도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자식이나 가족처럼 챙기는 사람들이 이해가지 않았다. 거기다 버림받는 애들이 많다 보니 인식은 더욱 안 좋아졌다.


그러다 주위에 반려동물 키우는 지인들을 자주 접하면서 그들 특유의 습성이나 개성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엔 동네에서 줄에 묶여 있는 개한테 간식을 던져주기도 했다.


때론 내 주위를 서성이는 아톰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출근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며 꼬리 치는 녀석을 미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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