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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Oct 06. 2023

어린 꼰대 vs 젊은 어르신


요즘 시대에 '꼰대' 혹은 '엠지'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회사마다 꼰대 한 명 이상은 상주하는, 꼰대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 만일 주위에 꼰대가 없다면 '혹시 내가 꼰대?'라고 의심해보아야 한다.


꼰대[명사]
1.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2.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언제부터 우린 서로를 꼰대 혹은 꼰대 아닌 사람으로 구분해서 불렀을까. 생각해 보면 정확한 명칭만 없었을 뿐, 분명 꼰대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을 것이다.


"저는 결혼할 사람하고만 만날 거예요. 연애하느라 돈 쓰고 시간 쓰는 거 아까워요."

이제 막 입사한 어느 청년이 자신의 연애관을 밝혔는데, 연애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살짝 놀랐다.


'요즘엔 결정사 가입비용도 만만치 않다던데, 연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어떻게 결혼할 사람을 찾겠다는 거지?'


거기다 때론 나이 지긋한 어르신보다 더 꼰대처럼 구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요즘 애들은 엠지랍시고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칼퇴하기 바쁘고... 우리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인사를 했는데 못 봤을 수도 있고, 업무에 열중하느라 못했을 수도 있다. 퇴근 시간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쓸데없이 상사 눈치 보다 매번 타이밍 놓치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닐까.


"할아버지, 운전은 양손으로 해야죠. 할머니, 벨트 매세요."

우리보다 한참 어린 조카 꼰대는 도로교통법을 어기는 걸 매우 싫어하는, 모범 시민이다.


반면에 나이를 초월해 취미생활을 즐기며 봉사하는 어르신도 있고, 70대에 은퇴하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분도 보았다. 


'얼핏 보면 이십 대 같은데... 관리 엄청 열심히 하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다가 조깅하는 남자를 발견했다. 당연히(?) 이십 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적어도 육십 대는 되어 보여서 놀랐다. 


나의 아버지 역시 젊을 때부터 하루 한 시간 이상 운동하고, 몸에 좋은 걸 챙겨 먹으며, 아프면 쉬거나 병원에 열심히 다녀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거기다 큰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데도 정상으로 돌아온 걸 보면 타고난 체질과 낙천적인 성격,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관리의 결과물인 것 같다.


"이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도 얼마 안 남았네. 살 만큼 살았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야지."


또래뿐만 아니라 한창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인들을 보면서 아버지가 한 말씀이다. 


이십 대 후반부터 건강관리에 남달리 신경 쓰면서 살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나이 드는 게 실감이 난다. 하지만 아직 큰 병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인간은 평균수명 백 살을 넘기기 힘들다. 요즘엔 백 살 넘게 살면 국가에서 혜택을 주기도 한단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론 팔십 대가 되면 기력이 떨어져 사람답게 살아가는 걸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그전에 뭔가를 이루거나 하고 싶은 일들을 시도해 봐야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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