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홍차에는 설탕도 밀크도 레몬도,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훌륭하게 완결된 홍차였다. 농밀하고, 향긋하고, 따뜻하고, 또한 기품이 있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완결된 홍차'라는 단어를 본 순간, 그녀는 자연스레 현우를 떠올렸다. '앞으로 자주 보자.' 지난번 만남에서 그는 이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 의례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주,라는 부사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걸까. 일주일에 한 번? 이주에 한 번? 아님 한 달에 한두 번? 각자 정의하는 단어의 뜻이 다르기 때문에 우린 서로 오해하거나 서운함을 품는다.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해도 소용없다. 어쩔 수 없이 서운해지든, 서운해하기로 마음먹든 결과는 같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바쁘거나, 그녀를 잠시 잊었거나. 다시 보자고 했으니 먼저 연락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중요한 건 현우가 '그 자체로 훌륭하게 완결된 홍차'처럼 여겨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