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독일상 훔쳐보기 20화

20. 핵 개인의 시대

어떤 것도 반드시 지킬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모든 것은 우리가 지금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송길영, 시대예감

"오랜만이에요."

그를 다시 만난 건 두 달 만이었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고, 애매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시간 맞춰 모임 장소에 도착했고, 건물에 들어서려는 순간 입구에서 그와 마주친 것이다.

그가 먼저 안쪽에 앉았고, 그녀는 맞은편에 앉았다.

'혹시 내가 오길 기다렸던 걸까?'

그의 표정을 살피며 속내를 짐작하려 했지만, 겉모습만으론 알 수 없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감, 핵 개인의 시대'입니다."

그녀는 미리 정리한 내용을 보면서 책 소개를 시작했고, 다들 집중해서 들었다.

"여러분은 유연함을 발휘해 본 적 있나요?"

"전 직장에서 있어요. 중간 관리자인데, 사장님이랑 직원들 사이에서 의견조율할 일이 있었죠."

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그녀의 얘기를 들었고,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순서가 돌아간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사람은 자신과 정반대의 타입에 끌린다고 했던가. 그들은 성격도 취향도 달랐지만,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겹쳤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더 궁금했고,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