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Nov 09. 2023

혼독일상 훔쳐보기 18화

18. 쓰레기처럼 사랑하라


진심으로 좋아하면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

-김달, 쓰레기처럼 사랑하라


"내일 저녁에 시간 되면 볼래?"

현우한테 연락이 온 건 2년 만이었다. 그녀는 고민하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를 잊고 지냈지만,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


"누난 나이를 안 먹는 것 같아. 그대로네."

"아냐. 나도 나이 먹었어."

손을 저으며 얘기했지만, 속으론 흐뭇하게 웃었다. 예쁘다는 말만큼 어려 보인다는 말이 여자들에게 잘 먹힌다는 걸 그도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카페에 나란히 앉아서 창밖을 쳐다보며 그들은 꾹꾹 눌러 담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해서 자격증도 땄다고 했다.

"나도 필라테스 꾸준히 하면서 허리 통증도 사라졌어."


"어, 많이 보던 제목인데... 누나 별명이지?"

"맞아. 내가 쓴 책이야."

"정말? 와, 신기하다."

진심으로 놀라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는 쑥스럽게 웃었다.


"이거 마저 먹을래?"

그는 남은 크로플 조각을 포크로 집어서 그녀 앞에 내밀었다.

"잠시만. 입이 작아서 잘라먹을게."


이렇게 망설임 없이 누군가 자신을 챙겨주는 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하지만 애매하게 행동하는 남자와 조금 투박하지만 솔직한 남자. 그 사이에서 그녀는 고민했다. 어쩌면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독일상 훔쳐보기 17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