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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Oct 19. 2023

도시의 밤은 낮보다 솔직하다


몇 달 만에 수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여유 있게 역에 도착한 뒤 빵을 구입하고 나서 잠시 대기했다. 선물 받은 작은 캐리어도 잊지 않고 챙겼다.



모임 장소는 신사역 근처. 하지만 오랜만에 가는 곳이라 주소를 몇 번씩 확인했다.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열차 안에서 호흡곤란을 겪다가 목적지에 겨우 내렸다. 지도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가로수길.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몇 장 찍는다. 도시의 밤은 어딜 가나 비슷하지만, 몇 년 사이 달라진 신사동 밤거리가 조금은 낯설다.



한 때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자주 찾던 곳이다. 첫 워크숍 장소라 그런지 더욱 기억에 남는 곳. 대학원 선배를 신사역 입구에서 만나 같이 돌아다니던 장면도 생생하다.



도시의 밤은 민낯을 드러내서 그런지 낮보다 솔직하다. 온갖 소음과 조명이 한데 섞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빈부격차가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도 더러 보인다.


한 번씩 상경할 때면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익명성에 나를 감추고 자유롭게 부유하는 기분도 꽤 좋다. 그래서 한 때는 고향과 이곳의 중간쯤에 근무하면서 자주 오가는 상상을 했었다.


책 좀 읽다가 글 쓰고, 음악 들으며 단잠에 빠져들다 보면 도착하는 수서역은 강남이랑 그리 멀지 않아서 접근성이 좋다. 무엇보다 한 때 활동했던 독서모임의 장소라서 추억이라는 양념이 추가된다.


어디에 살든, 어디에 머물든 적어도 사람 사이엔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통행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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