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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Oct 24. 2023

이직해도 괜찮아

프로 소심러의 이직 결심


"2주 뒤에 새로운 곳에 출근하기로 했는데 정말 잘한 걸까?"


며칠 전, 면접 본 곳에서 운 좋게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소심하고 사회 경험이 적은 친구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이미 결정된 일이잖아. 그리고 네가 원하는 걸 이루는 데도 이직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야."


이십 년 가까이 한 가지 일만 해오던 그는 매장이 갑자기 폐업하는 바람에 실직자가 되었고, 그나마 취업 기회가 많고 적성에 맞는 분야를 공부했다. 공부하면서도 잘한 선택인지, 취업은 잘 될지 수십 번 고민했다고 한다. 


"나 그냥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 보려고."


전부터 도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덕분일까. 아니면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걸까.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던 그는 고향에서는 취업이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타지에 가서 일자리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고시원에서 한 달 정도 지내면서 구직 활동을 하다가 운 좋게 규모가 제법 큰 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원래 가려던 업종이 아니라서 입사한 뒤에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냥 퇴사하고 일자리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지금 직장에도 지장을 주고, 옮기는 곳에도 미안하고..."


"몇 달 동안 버틸 만큼 비상금이 있어도 막상 그만두면 후회하더라.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데, 갈아탈 곳도 안 정하고 무작정 그만두는 건 너무 무모한 것 같아."


그동안 수 차례 이직을 하면서 쌓은 경험을 강조하며 무모한(?) 퇴사를 적극 말렸다. 그리고 얼마 후 원래 가고 싶었던 직종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단다.



"실장한테 얘기했는데 왜 갑자기 알려주냐고 화부터 내더라."

"전에 이직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 있다며? 그리고 2주나 남았는데?"

"그러게. 사람 구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동안 쌓아온 직장 상사와의 신뢰가 이직을 앞두고 무너진 것 같다며 그는 속상해했다.


"사회생활 하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진짜 인연은 별로 없더라. 그동안 잘 지냈으면 된 거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연 만들면 되는 거고."


이직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도 적은 그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남들보다 불안과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현상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지 말고, 한 번쯤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많아서, 경력이 부족해서, 남들보다 학력이 떨어져서 등등.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서도 자신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도 갉아먹는 곳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사람이 많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은 직장은 없다. 나한테 잘 맞거나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직장이 있을 뿐. 충동적으로 퇴사를 결심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지나친 걱정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건 더 나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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