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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r 24. 2022

13화 게임 즐기는 남자 vs 게알못 여자

Photo by Felix Mittermeier on Unsplash


"친구들이 찾는데 게임 잠시만 해도 돼요?"


평일 저녁, 그와 함께 집에서 영화를 보던 중이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그가 조심스럽게 물어온 건. 이제 막 영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허락할지 고민되었다. 보통 그가 게임을 시작하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리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 그로 인해 변화될  일상. 사소하지만 내겐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게알못이다. 테트리스가 마지막 컴퓨터 게임이었고, 보드게임도 규칙이 복잡한 건 질색이다. 하지만 내 주위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나의 연인이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 예전엔 쉬는 날엔 주로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렸단다. 가끔 캠핑도 했는데, 같이 가던 멤버들이 바빠지면서 뜸해졌다고 한다. 주말에 나와 데이트하거나 같이 모임을 나갈 때가 많으니 자연스레 게임할 시간도 줄어든 셈이다.


게임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건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 지장을 주거나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린 규칙을 정했다. 주말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대신 평일엔 각자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같이 있고 싶다면 미리 동의를 구하고, 같은 공간에서 따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면 '프리 타임' 외치기. 연인 사이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만의 규칙이자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엔잡러인데다 일상이 흐트러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 상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방한테 다짐을 받아둔다.


첫째, 약속은 사소한 것이라도 가급적 지키려고 노력할 것.

둘째, 일정에 변동이 생기면 미리 상의하거나 양해를 구할 것.

셋째, 상대방의 사생활을 존중해줄 것.


마음먹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배려가 없으면 놓치기 쉬운 점들이기도 하다.


남자들은 대체로 게임이나 스포츠를 즐기지만, 좋아하는 사람한테 호감을 얻기 위해 자신과는 맞지 않는 취미를 즐기는 척한다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의 연인 역시 자유분방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평범한 남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이라도 관계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


앞으로도 우리 앞엔 넘어야 할 산들이 많고, 그로 인해 서로 힘들어지거나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어느 연애 컨설턴트의 말처럼, "연애는 최고의 자기 계발 자극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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