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변하고 싶은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누군가의 고요한 응원을 받으며 자신만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나가고 싶지는 않은가. 새로 태어난 것처럼, 자기 자신을 깨부수고 나오고 싶지는 않은가.
-손원평, <튜브>
"수영장에서 튜브에 온전히 몸을 기대본 적 있나요?"
"아뇨. 계속 힘을 주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그럼 튜브는 제멋대로 움직이죠."
정훈은 사랑도 튜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켜쥐려 할수록 달아나고, 힘을 최대한 빼고 있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있다. 가지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바람과 상처받기 싫은 본능 사이에서 그는 고민했다.
"누나 오늘 예쁘네요."
어느 날, 그는 저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다.
"그래요? 고마워요."
수줍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속으로 뿌듯했다.
"벌써 가려고요? 저 좀 전에 왔는데..."
그가 아쉬움을 드러내자 그녀는 이내 마음을 바꾸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음 장소로 향했고, 나란히 앉게 되었고, 서로의 신체 일부가 닿았다.
'왜 이렇게 떨리지? 붙어 있어서 그런가?'
그녀는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그에게도 들릴까 봐 애써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그와의 관계가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대로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