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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09. 2023

송년회, 꼭 해야 하나요?


"이번주 금요일에 회식 있습니다. 가능한 분들은 참석해 주시고, 장거리 사는 분들만 대리비 지원해 드립니다."


이맘 때면 난 일정 조율하느라 더욱 바빠진다. 가족 생일부터 동호회 모임, 송년회, 그리고 이번엔 회식까지. 올해 가기 전에 한 번 보자는 지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력을 넘겨보던 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번 주 금요일은 회식, 다음 주엔 조카들 방문, 그다음 주엔 성탄절이랑 올케 생일, 그리고 아빠 생신도 있네.'



"그날 아버지 생신이라 당일에 식사 안 하면 참석가능해요."

"아버지 모시고 오세요 ㅎㅎ"


얼굴 비춘 지 제법 된 모임이 있는데, 마음먹고 송년회 참석하려고 했더니 하필(?) 아버지 생신이랑 겹친다. 아직 일정을 안 정했으니 그날은 최대한 피해서 잡아야지, 속으로 생각한다.




잊을 만하면 밥 먹자고 연락 오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구체적인 약속 잡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 친구가 싫어서라기보단 왠지 불편하고 공감대가 별로 없어서이다. 무엇보다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감정노동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던 지인은 얼마 전에 파견 근무를 나가 언제 보게 될지 모른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모임도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어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보고 싶으면 짬 내서 보면 되고, 회식도 원하는 사람만 가면 된다. 외국 사람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연말이 다가오면 송년회 하느라 분주해질까. 2차, 3차까지 죽어라 마셔대는 술 문화도 제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중국 술이 도수가 높은 이유 중 하나가 1차에서 깔끔하게 끝내기 위해서란다.


가족 행사는 어쩔 수 없다 쳐도, 곁에 있을 때 서로를 좀 더 아껴주고 덕담도 미리미리 해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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