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이 작동을 안 해서 AS 부를까 하는데요. 혹시 일 년 지났나요?"
"작년 11월에 준공했으니까 일 년 조금 넘었네요."
다음 날 오전, AS를 받았는데 컨트롤러에 이상이 생겨 부품 교체가 필요하다며 세입자가 기사의 말을 대신 전해주었다.
"그럼 견적서 요청 좀 해주실래요? 저희 시공업체에 한번 알아보려고요."
잠시 후, 뜻밖의 답장이 도착했다.
"기사님 가야 한다고 해서 제가 먼저 입금했습니다. 세금계산서랑 거래내역서도 요청했고요."
"세금계산서는 제 이름으로 발행해야 하는데... 입금 먼저 해주시면 곤란한데요."
회계사한테 곧바로 연락해서 세금계산서 공급받을 자와 입금자명이 달라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세부내역만 증빙되면 상관없어요."
결국 세입자한테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주면서 세금계산서 발행 요청을 부탁했고, 업체에 선지급한 수리비는 따로 보내주었다.
"방금 입금했어요. 다음에 또 고장 나면 AS 부르기 전에 연락 부탁드립니다."
임대인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한 임차인한테 화가 나긴 했지만, 서로 감정 상해봤자 관계만 불편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해결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하자가 생기고, 어느 선까지 임대인 혹은 집주인에게 요구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나도 세입자로 지내면서 보수받을 일이 생겼고, 그때마다 집주인에게 먼저 상황을 알려준 뒤 수리 방법이나 금액에 대해 상의했다. 노후나 자체 하자로 인한 것이라면 임대인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세입자 과실이나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면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전구 등의 소모품은 사용자가 직접 교체하거나 관리실에 요청하면 된다.
서로 민감한 부분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보고 판단해야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