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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an 05. 2024

남의 일, 어디까지 해줘야 하나?


중간결산 마치고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이번 주부터 일이 몰리기 시작했다.


세금계산서 발행, 미사용 연차 촉진, 각종 결제, 사업장 변경 신고, 임대료 내역 확인 등등.


오늘은 남은 연차를 쓰기 위해 반차를 냈지만, 2시가 넘도록 남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퇴근하지 못했다.


"외국인 등록하는 거 어떻게 됐어요?"

"신고서랑 사업자 등록증 보냈는데 연락이 없네요."


"세금계산서 발행했어? MMF는 왜 바로 입금이 안 되지?"

"사우나 왔는데 좀 있다 데리러 올래?"


"사무실에 티브이 리모컨 버튼이 안 눌러지네. 배터리도 새로 바꿨는데..."


"용접기 안에 들어가는 용액이 다 떨어졌는데, 직접 사다 줄래요?"


이틀 사이에 처리한 업무가 사소한 것까지 포함해서 열 가지가 넘는다. 어제도 부장님이 알려준 업체에 부품을 사러 갔는데, 공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거니 얼마 전에 이전했단다. 결국 새로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 부품을 구입하고 뒤늦게 점심을 먹었다.


"아빠 대신 기차표 예매했는데, 한 장만 취소해 달라네. 근데 내가 지금 밖이라서 그런데, 언니가 대신 좀 알아봐 줄래?"


마침 나도 밖에서 볼일 보는 중이라 귀가하자마자 코레일에 연락해서 직접 취소요청을 했다.





매일 깔고 자던 토퍼 위에 이물질이 묻어서 세탁소에 가져가 세탁부터 건조까지 마쳤다. 하지만 코인세탁기 이용은 처음인 데다 토퍼의 부피가 커서 애 좀 먹었다. 근처에서 시간을 때우다 택배함에 세탁을 마친 토퍼를 넣고 차에 실었다.


가끔 문서 교정이나 자소서 작성을 부탁하는 친구도 있고, 유튜브 대본 수정을 요청하는 지인도 있다. 어쩌다 한두 번은 친분 때문에 그냥 봐주기도 하지만, 부탁이 잦아지면 비용을 받는다.


요즘엔 사장님 대신 인터넷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뒤 수수료를 받는다. 소액이지만 횟수가 늘어나니 제법 쏠쏠하다. 예전엔 차장님 딸이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지원하는데, 경력기술서 작성을 도와주고 점심을 얻어먹기도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부탁은 정중하게, 상대의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


마음 약해서 남의 일을 계속해주다 보면 진짜 중요한 내 일을 놓치거나 쓸데없이 시간을 뺏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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