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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29. 2023

보통 이하의 것들


우리는 익숙한 것에게 질문을 제기하지 않고, 익숙한 것 또한 우리에게 질문하지 않으며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생애 또한 꿈도 없는 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 우리의 육체가 있을까? 어디에 우리의 공간이 있을까?


-조르주 페렉, <보통 이하의 것들>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가 흐르는 아침이다.  연휴 마지막 날이지만, 별다른 일은 없다. 어젯밤에 손님 치르고 아침부터 정리하느라 분주한 것 빼곤.


정리를 마치고 차를 끓인 후 테이블 앞에 앉는다. 조르주 페렉의 에세이 <보통 이하의 것들>을 읽기 시작한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필사하면서 되새겨본다.


나의 생은 어디쯤 놓여 있을까.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어떤 꿈을 꾸고 싶은 걸까.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낳고, 답은 끊임없이 수정된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 앵무새 설탕을 곁들인 에스프레소 더블샷. 커튼 뒤에 숨은 태양처럼, 타인도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는 동시에 드러낸다.


새삼 독서를 취미로 삼고,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 독서나 글쓰기 없었다면...


창고를 정리하다 오래전에 그린 그림을 꺼내본다. 코로나 19라는 암울한 상황이 수많은 글과 그림을 탄생시켰으니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다.


오늘도 난 보통 이하의 것들을 마주하며 평범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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