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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30. 2023

지하철에서 베푼 작은 친절


'이미 개표처리된 표입니다.'


시내에 가기 위해 지하철 개찰구에 들어섰는데, 일본인 한 명이 입구에서 서성였다. 자세히 보니 들어올 타이밍을 놓쳤는지 개표처리되었단다. 잠시 망설이다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호출 버튼을 눌렀다. 역무원한테 상황을 설명하니 오른쪽의 비상문을 이용하면 된단다.


손짓으로 문을 가리키자 밖에 서 있던 그가 캐리어를 끌고 문 쪽으로 향했다. 고리를 빼서 직접 열어주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아리가또. 아리가또 고자이마시따.'


오랜만에 들어보는 일본어였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몇 년 전, 도서관에서 근무할 때도 비슷한 친절을 베푼 적이 있다. 환승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티켓 판매기 앞에서 일본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서성이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여기서 수영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에스컬레이터 타고 3호선으로 갈아타시면 돼요. 저도 같은 방향인데 열차 타는 곳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덕분에 우린 열차를 타고 가면서 일본어랑 영어를 섞어가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한국인이랑 결혼한 누나를 만나러 부산에 처음 방문했고, 도쿄에 있는 직장에 다닌다고 했다. 누나를 보기 위해 휴가를 냈으며, 도쿄는 물가가 비싸지만 재밌는 곳이라고 했다.


어쨌든 외국인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나 호의가 우리나라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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