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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an 28. 2024

명지도 스벅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맛보지 않으면 안 되는 반복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거나, 철저히 혼자가 된다거나, 진탕 술을 마셔야 된다거나 하는 것들. 오래 내면화한 것들이라 하지 않고 살고 있으면 못 견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님 글은 언제 읽어도 좋네요. 이맘 때면 유난히 생각나는 산문집이랍니다."

"떠나고 싶은가 봐요?"

"떠나고 싶지만 비싸고 사람 많아서 가성비 좋은 곳으로~"

"경기도 다낭시?"

"명지도 스벅시 ㅎㅎ"


내가 사는 곳은 산업단지랑 가까운 신도시이다. 이름도 거창한 명지국제신도시. 하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자가용 없인 이동이 힘들다. 버스도 밤 11시쯤 되면 끊겨서 학생들이 사고 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집 근처를 지나다 어느 고등학교 앞에 '서울대 ○명 합격'이라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한 명도 보내기 힘든데 저렇게 많이 보냈다고? 주위가 한적해서 그런가?'


심지어 인근에서 유일한 고등학교라 인구가 더 유입되면 하나 더 지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얼마 전엔 국회도서관이 들어서고, 각종 문화시설이나 쇼핑몰도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아파트 단지가 나란히 들어선 이곳은 땅값도 많이 오른 데다 왠지 삭막한 기분이 들어서 이사를 꺼렸다. 하지만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지옥을 몇 년 겪고 나니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작년에 이사를 결심했다.


우려와는 달리 인프라가 제법 갖춰져 있었고, 교통 혼잡도 덜한 편인 데다 해가 지면 주위가 조용해졌다. 어딜 가든 주차할 공간이 있고 인구밀도도 낮은 편이라 신도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명지동이 시외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엄연히 부산시에 속한 지명이며, 명지동 안에서도 국신(국제신도시)과 오션(오션시티)으로 구분된다.


어쨌든, 앞으로 좀 더 나은 동네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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