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Jan 26. 2024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한텐 예의 지키라고 하면서 왜 이별을 내 입으로 얘기하게 만들어요?"


드라마 <런온>의 남주는 부유한 집안에서 강인하게 자란 캐릭터이다. 그래서 융통성은 부족해도 상대를 존중할 줄 안다. 하지만 여주는 자신이 힘들까 봐, 상처받는 게 싫어서 남자를 밀어내지만 헤어지자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한다.


이별에도 예의는 필요하다. 헤어지는 마당에 매너 따위 개나 주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 인연이 언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니 마무리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주로 모임에서 만나 가까워지다 연애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헤어지고 나면 서로 어색해지거나 둘 중 한 명이 모임을 탈퇴하게 된다. 나도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


친구처럼 지내다 사귀는 순간 돌변한 사람이 있었다. 꾹꾹 참다가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이별을 결심했고, 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그래도 마지막은 고해야 했기에 '그동안 즐거웠어요. 이젠 내 인생에서 나가주세요.'라며 정중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회피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상대를 향한 애정이 식었는데도 그걸 모른 척하거나 시간만 질질 끌다 결국 상대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게 만든다. 심지어 이별의 원인이 상대한테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나쁜 남자한테 잘못 걸려 마음고생하다 용기 내어 이별을 선언(?)한 친구는 좋은 남자를 만나 잘 살고 있다.


살다 보면 서로한테 빠져 충동적으로 사귈 수도 있고, 뜨겁게 사랑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식을 수도 있다. 습관처럼 내뱉는 이별이 아니라, 진짜 마지막이라고 판단되는 순간에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헤어지고 난 후에도 후회하지 않거나 적어도 좋은 기억이라도 남기게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패스트푸드는 가끔 먹어야 맛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