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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에세이스트
꿀잠 소파에서 딥슬립
by
은수달
Jan 18. 2024
"오늘 비도 오고 피곤해서 집에 못 가겠다. 저녁 먹고 너희 집으로 갈게."
근처에서 지인들과 식사 중이라며 간장종지는 내게 연락을 해왔다. 전화를 끊자마다 대강 정리하고 손님방에 보일러도 틀었다.
소파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지친 표정의 엄마는 근황을 얘기하며 집안을 둘러본다.
"저건 뭐니?"
스트레칭 도구인 '바로폼'을 가리키며 묻는다.
"운동할 때 쓰는 거요."
"나도 필라테스 50회 끊었다. 담주부터 하려고."
"잘하셨어요. 엄마 또래도 많이 해요."
구입한 지 십 년이 넘어서 이사 올 때 버리고 새로 사자고 권유했던 간장종지는 소파에서 코까지 골며 단잠에 빠져든다.
실은 나도 아까 저녁 먹고 나른해서 삼십 분 정도 기절해 있었다. 요즘 같은 날씨엔 토황토 찜질기를 배 위에 얹고 소파에 누우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최근 들어, 아니 오래전부터 중간에 안 깨고 깊이 잠든 날이 드물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자정 전에는 잠자리에 드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가끔 꿀잠 소파에서 딥슬립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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