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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은수달
Jan 20. 2024
금요일 징크스 어게인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금요일 저녁마다 응급 환자가 몰리는 징크스가 있다.
나도 금요일에 주로 사건이나 사고가 터지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데, 오랜만에 녀석이 찾아온 것이다.
퇴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정체불명의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껐다가 다시 켰다. 잘 가는가 싶더니 엑셀이 밀리는 기분이 들어서 불안해졌고, 결국 중간에 멈추고 말았다.
곧바로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 고장 접수를 한 뒤, 출동이 오기를 기다렸다. 직원한테 증상을 얘기하니 견인해야 할 것 같단다. 공식 센터는 회사랑 거리가 먼 데다 마칠 시간이었다.
"집 근처 타이어 매장으로 가주세요."
"거기서 정비도 보나요?"
"일단 간단한 건 봐준대요."
담당 직원한테 차키를 건네준 뒤 매장 안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초코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시운전해보는 건가?'
이십 분쯤 지났을까. 직원이 들어와서는 센서 오작동인 것 같다고 한다.
"국산차들은 이상 증상이 있어도 꺼졌다 다시 켜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차는 민감한 편이라 점검부터 받으라고 계속 꺼져 있거든요."
"그럼 일단 한 번 타볼까요?"
"잠시만요."
타이어를 마저 교체한 뒤 이것저것 살펴보던 직원은 아무래도 다른 센터에 가서 점검을 받아보란다.
하필 주말이라 담주 월요일에 맡겨야 하는데, 부품을 주문하면 최소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했다.
초코 때문에 늦게까지 기다려 준 매장 직원들이 고마웠고, 한편으론 생각보다 증상이 심각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렇게 조심스레 집까지 데려와서 주차했고, 주말 동안 쉬게 해 주기로 했다.
초코가 나의 발이 되어준 지도 어느덧 9년 차. 그동안 접촉사고 때문에 정비소를 몇 번 들락거리긴 했지만, 잔고장 거의 없이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었다. 하지만 녀석도 이제 나이가 든 걸까. 아니면 그동안 많이 움직였으니 잠시 쉬어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걸까.
사소한 결제 실수부터 자가용 고장까지 이번주 금요일도 소란스레 지나갔고, 뒤늦게 저녁을 먹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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