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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에세이스트
백구랑 정드는 중입니다
by
은수달
Feb 9. 2024
"백구야~간식 주러 왔다!"
연휴 첫날, 평소보다 일찍 깨서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혼자 지내는 아톰 대리를 위해 차장님이랑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했고, 오늘이 내 차례였다.
동네에 사는 백구는 얼마 전에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낯가람이 있는 녀석이라 첨엔 불러도 모른 척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달려 나와 꼬리 치며 반겨준다.
옷도 입고 줄에 묶여 있는 걸 보니 주인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컨테이너 건물 옆, 허름한 곳에서 혼자 지내는 녀석이 마음에 걸렸고, 지나다 우연히 발견하고는 일주일에 한두 번 간식을 챙겨주고 있다.
어릴 적엔 대형견을 무서워했는데, 성인이 되니 오히려 큰 녀석들이 귀엽고 좀 더 애정이 갔다. 소형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톰 대리와 친해지는 데는 몇 년이 걸렸지만, 백구는 특유의 붙임성 때문인지 어느새 정들고 있었다.
점심 먹고 외출하기 위해 자가용에 타니 도로 가운데에 고양이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어라? 대놓고 길 막 하네?'
하지만 녀석이 놀랄까 봐 일단 정차한 뒤, 차에 구비해 둔 황태포를 꺼내 슬금슬금 다가갔다.
"이거 먹고 비켜줄래?"
마치 협상이라도 하듯 조심스레 던져주자 냥이는 간식을 입에 물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원래 반려동물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하던 아는 동생 덕분에 인식이 달라졌다. 그녀는 반려견 두 마리 때문에 주택으로 이사했으며, 길냥이들을 데려와 보호해 주다 입양 보내기도 했다.
적당히 예뻐하는 것과 책임지고 키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키울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입양을 안 하는 것이 맞고, 키우기로 마음먹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백구도, 아톰 대리도, 길냥이도 아픈 곳 없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주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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