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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Feb 13. 2024

에르메스가 뭐길래


"이번에 제주도에서 에르메스 가방 얻었다!"

"정말요? 작은 거도 중고차 한 대 값이라 들었는데..."

"네 동생이 쓰던 거 하나 달라고 했다."


이번 연휴 때 제주도에 사는 여동생 네를 방문한 간장종지는 둘째 딸한테 얻은(?) 에르메스 가방을 양푼이 딸한테 자랑했다. 그걸로 끝났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사촌동생이 오랜만에 고향 내려와서 같이 점심 먹기로 했는데, 중간에 엄마를 픽업하자마자 잔소리를 했다.

"넌 옷이 그게 뭐니? 예쁘게 좀 입고 다녀라."

"날이 별로 안 추워서요."

"그래도... 엄마 친구가 하는 음식점인데..."

"거기 가는 줄 몰랐어요."


연휴 동안 잘 지냈느냐는 안부를 생략하는 건 그렇다 쳐도, 며칠 만에 보는 딸을 잔소리로 맞이하는 엄마는 드물 것이다. 거기다 한동안 잠잠하던 비교질(?)이 시작되었다.

"둘이 반반 섞어놓으면 좋을 텐데..."

"섞이면 재미없잖아요."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솔직히 짜증 났지만, 약속을 앞두고 있어서 속으로 삼켰다.


우리가 아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원래 마차를 만들던 회사였다. 하지만 자동차의 발달로 마차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브랜드 가치를 살려 가죽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못 산다는 명품에 난 그다지 관심이 없다. 엄밀히 말해 내 형편엔 과소비라고 생각한다. 여자들 대다수가 관심 있는 쇼핑이나 성형에도 흥미를 못 느껴 대화에 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괜찮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삶의 기준이나 성향이 나와는 많이 다른 여동생과 비교당할 때마다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도대체, 에르메스가 뭐길래 다들 난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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