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May 19. 2024

마흔은 불혹이 아니라 없던 병이 생기는 나이

공자의 <논어>에서는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고 했다. 하지만 쉰이나 예순이 되어도 유혹에 흔들릴 수는 있다. 요즘처럼 유혹의 대상이 많은 시대엔 더더욱.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 40세에는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어졌다.


서른 살로 접어들었을 때보다 마흔이 되었을 때 나이를 피부로 실감했고, 혼란을 더 많이 겪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호르몬의 변화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반응했고, 수시로 기분이 다운되었으며, 없던 질환도 생기기 시작했다.


자궁내막증부터 자궁선근증, 유방 종양, 위염 등 병명도 다양했다. 삼십 대에는 우울증과 피부염 때문에 돈과 시간을 많이 들였는데, 사십 때부터는 크고 작은 질환들이 나를 찾아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거기다 피로누적과 스트레스로 인해 집중력마저 떨어지기 시작하자 나이가 드는 것이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또래 중에도 허리 디스크,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주요 성인병이 비만으로 인해 생긴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지 않더라도 후천적으로 생긴 질환은 스트레스나 생활 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운동 꾸준히 하면서 나름 관리했는데... 역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맞나 봐."


특히 유방 종양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할 때는 남모를 고민도 많이 했다. 특이 체질이라 원인 불명의 질환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지금은 원인을 알아내는 것보단 치료나 예방에 집중하게 되었다.


"공부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나이 드니까 체력이 달려서 못하겠어요."


물론 독서나 글쓰기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라 큰 힘이 들지 않지만, 장시간 투자가 필요한 공부는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회의적으로 변할까 봐 두렵다.


그래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쓰고 또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면 먹고 연락할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