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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y 16. 2024

라면 먹고 연락할게


"라면 먹고 8시쯤 연락할게."


한때,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나온 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가 상대한테 호감을 드러내는 은유로 자리 잡은 적이 있다.


라면의 특성상 바로 먹지 않으면 불어나서 맛이 없거나 못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라면 먹는 시간만큼은 다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수하게 된다.



카페일할 때 라면과 관련된 비화가 있다. 보통 점심은 교대로 먹는데, 그날 하필 동료가 오자마자 손님이 몰려 점심 먹을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한숨 돌릴 때 허기를 채우려고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렸다. 젓가락을 들려는 순간, "매니저님 지금 주문이 많이 밀렸는데 도와주세요."라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른 척할 수 없어서 라면을 팽개치고 카운터로 향했다.


오후 3시경, 이제 좀 한가하다 싶어서 라면 먹기 재도전!! 그런데 한 젓가락 먹자마자 두 번째 쓰나미가 몰려온 것이다. 그렇게 정신없다 주문을 쳐내다 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왔고, 결국 마치고 나서야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뒤로 한동안 컵라면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만일 꼭 먹고 싶다면 앞뒤 사정을 고려한 뒤 물을 끓인다.


아무리 급해도 상대방의 소중한 끼니나 잠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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