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민폐' 혹은 '성격 장애'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고 있다.
직장생활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어 가입한 커뮤니티에서도 '성격 장애'를 가졌거나 인성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언제부터 타인이 지옥이 되었으며, '제발 인쓰(=인간쓰레기)나 사페(사이코패스)만 걸리지 마라'라는 심정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얼마 전, 주요 업체의 담당자 때문에 회사 전체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발주를 맡고 있는 차장님이었다. 품목이 추가되면서 단가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걸 구매 담당자한테 전하니 이미 협의된 상황을 번복한다며 회사에 대한 신뢰 운운했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통화를 시도했지만 상대가 거부해서 이번엔 부장님이 나섰다. 한 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중재하려 했으나 담당자는 이미 마음이 틀어진 상태였다.
'우리 쪽에서 일방적으로 단가 올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협의를 시도한 건데 저렇게 나온다고?'
결국 사장님까지 나서서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만나 접대를 하고 나서야 담당자의 마음이 풀렸다.
"도대체 말이 통해야 협의를 하죠. 자기들이 정한 룰이니까 무조건 따르고 비위까지 맞추라는데... 우리도 손해 보고 장사할 순 없잖아요."
옆에서 과정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엔 '관종 사이코'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차라리 누군가의 관심을 얻길 원하면 적당히 맞춰주면 되는데, 상대의 말은 무시한 채 자기 말만 옳다고 우기며 심지어 업체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주는 일방적인 행동들.
어느 심리학 책에서 성격 장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했는데, 그중에서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가까워 보였다.
본인의 능력에 비해 지나친 자신감 보이고 타인의 존경과 관심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타인의 노력을 착취하기도 하고, 어떤 일에 실패하면 수치힘과 열등감으로 괴로워한다.
-이동귀,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반면에 자존감이나 정신력이 약한 나머지 방어기제가 지나치게 강해졌으며, 끊임없이 타인을 의심하는 버릇을 가진 사장님은 '편집성 성격 장애'에 가깝다. 상대가 객관적인 사실을 얘기해도 일단 의심부터 하지만, 권위를 가진 사람이 얘기하면 맹목적으로 믿기도 한다.
성격 장애를 가지거나 민폐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부분에 취약한 지 알아야 한다.
2. 상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의 원인이 상대한테 있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3.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합리화를 쉽게 하는 편인지 파악해야 한다.
4. 평소에 명상이나 독서, 운동 등을 통해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5. 상대의 입장이나 감정에 공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6. 쉽게 화내거나 무기력한 감정이 든다면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7. 사실과 감정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8. 감정을 해소할 방법을 모른다면 일기를 쓰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p.s. 부정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표출하는 것도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해칠 수 있으니 감정을 따로 떼어내고 사실만 전달하려 노력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누군가에게 화내고 싶은 순간엔 심호흡을 한 뒤, '버럭이'를 최대한 달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