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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n 20. 2024

회식하는 날


"쇠고기 먹는다고 하니까 전원 참석이네요."


오늘은 퇴사를 앞둔 직원의 송별회 겸 회식하는 날이다. 일 년에 한두 번 회식이라 다들 작정하고(?) 약속 장소로 모였다. 외국인을 포함해 직원은 합쳐서 스무 명이 되지 않는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을 다져온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견뎠다.  


"사장님은 오실 때마다 매출 많이 했느냐고 물으시던데요."

"안부 인사예요. 그러려니 넘기면 돼요."


회식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회식 때문에 힘들어하는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 그리 달갑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 배불리 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수다를 떠는, 우리 회사의 회식은 딱 좋다.


"손 다쳐서 호강하네요. 고기 제가 구워야 하는데..."

"저도 잘 구워요. 얼른 나아야 하니까 무리하지 마세요."


얼마 전, 병뚜껑을 열다 병목에 찔려 수술한 직원이 있다. 작년엔 산재가 연달아 두 번이나 발생해 내 업무가 늘었다. 올해는 제발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틈날 때마다 기도 중이다.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베트남 출신의 직원은 고기도 잘 굽고, 술도 잘 마시고, 심지어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서 그런지 큰 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일손이 부족하면 다른 직원이 빈자리를 채우고, 다치거나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주거나 약을 사주기도 한다. 무더운 날이 길어지면 음료나 간식을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는 직원을 비난하는 대신 다른 곳에 가서도 잘 적응하라며 격려해 준다. 일 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외국인의 비자가 이번엔 운 좋게 3년으로 연장되었다.


"오늘은 정말 행운의 날이에요."


작년에 크게 다쳐서 몸과 마음이 고생했던 날들에 대한 보상인 걸까.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기쁘고 뿌듯했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모자라 술을 강요받는 회식 문화는 사라지고,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단합을 다지는 자리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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