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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pr 11. 2022

16화 한 지붕 두 남녀

 


"보프님, 좀 쉴래요? 나도 글 좀 쓰다가 드라마 보려고요."


오늘은 원래 힘든 월요일. 하지만 운동마저 게을리할 순 없어서 퇴근 후 빨래를 돌린 뒤 필라테스를 하러 간다. 마치고 그에게 전화를 걸자 이제 막 집에 도착했단다. 외식하는 것도 귀찮아 귀갓길에 김밥을 사 가지고 갔다.


"부부처럼 지내는 건 상관없지만 부부 같은 건 싫어요."

물론 부부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 서로 익숙해져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에게 다짐하듯 얘기한 적 있다.




우린 일주일에 흘 이상 붙어 지낸다. 주말에 각자 일정이 생기면 잠시 헤어졌다 다시 만난다. 처음엔 너무 자주 보면 빨리 싫증 나거나 자주 싸우게 될까 봐 우려했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적도 잠시 있었지만, 열띤 논쟁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그것은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서로의 취향이나 사생활 존중해주기! 그동안 꿈꾸던 이상적인 연애를 이제야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그는 퇴근길에 접촉사고가 날 뻔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안 그래도 피곤한 날인데 누가 우리 보프님을 짜증 나게 했어요?"

한참 열변을 토하던 그는 내가 편들어주며 달래듯 대꾸하자 이내 잠잠해진다.


그가 침대에 반쯤 드러누워 유튜브를 보는 사이 난 거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연인이라고 해서 항상 붙어 다니거나 서로의 사생활을 전부 공유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세상에 수많은 커플이 존재하듯이 서로 공존하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아무리 연인이라고 해도 휴대전화나 카톡 내용까지 공유하는 건 좀 그래요. 어디까지나 제 사생활이니까요."


예전에 연인 사이의 스마트폰 공유에 대해 지인들과 토론한 적 있는데, 난 상대가 요구해도 보여줄 마음이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친하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서로의 취향이나 가치관까지 간섭하거나 자기 식대로 바꾸려는 행동이야말로 사생활 침해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오늘도 우린 한 지붕 아래 각자의 방식으로 쉬면서 사이좋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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