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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pr 14. 2022

17화 오해와 뭉친 근육의 공통점


"오해와 뭉친 근육은 빨리 풀수록 좋아요."


할 말은 꼭 해야 하고 답답한 걸 싫어하는 나와 달리 보프님(이하 애삼이)은 혼자 생각에 잠기거나 상대의 눈치를 볼 때가 많다. 그래서 연애 초반에 다짐을 받아두었다.


서운한 점이나 원하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기,
오해가 생기면 하루 안에 풀기




며칠 후, 한방병원에서 같이 검사를 받기로 했는데, 어플을 깔고 문진표를 미리 작성해야 한단다. 회원가입은 했는데 문진표 작성하는 곳이 보이지 않아 애삼이한테 물어보니 안내 문자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어딨는지 모르겠어요."

"거기 있잖아요."

알고 보니 화면 상단에 배너로 설정되어 있었다.

"처음 해보는 거라 모를 수도 있는데, 왜 짜증을 내요?"

참다못한 내가 반문하자 그때서야 애삼이는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미안하다고 했다.


그날 저녁, 애삼이는 날도 추우니 고기를 먹자고 했다. 마침 집 근처에 고기 맛집이 있어서 동행했다.


"새로이 말고 화로이요?"

회사 근처의 돼지갈빗집 이름이랑 헷갈려 '화로이'를 언급하자 그가 놀리듯 물었다. 우린 화로이 말고 화로집에 가서 세트 메뉴를 주문한 뒤 배부르게 먹었다.


[육회와 갈빗살, 보석살]


"오늘은 내가 쏠게요. 아까 일도 사과할 겸."

"우리 애삼이 다 컸네요. 사과도 거하게 할 줄 알고."

"내가 애삼이면 달님은 해삼이? 아님 멍게?"

"차라리 해삼이가 낫네요. 멍게는 싫어요."

우린 서로에게 새로운 애칭을 붙여주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새삼 오해와 뭉친 근육은 빨리 해결할수록 좋다는 걸 깨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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