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원고마감하고 편집해서 16일에는 출판사에 보낼 예정입니다. 늦어도 15일 오전까지 원고 마무리해서 보내주세요."
'브런치 작가와 책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를 맡고 글쓰기 시작한 지 5주 차. 글쓰기 경험이 거의 없는 분들이라 동기부여하면서 책 한 권을 공동 저자로 완성해야만 했다.
출간 기념회 일정에 맞추려면 원고를 모아서 편집한 뒤 출판사에 넘겨줘야 하는데, 약속한 날짜가 다가올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신경이 곤두섰다.
개인 저자로 책을 낼 때도 편집 기간만 2주 넘게 걸리는데, 일주일 만에 8명의 글들을 모아서 다듬어야 한다니...
할 수 있다!
속으로 몇 번이나 외치며, 일하는 틈틈이 원고를 수정했고, 마감일을 지켜달라고 독려했으며, 1차 편집본을 공유한 뒤 오탈자 등 고칠 부분을 알려달라고 했다.
[작가님, 어제 아침에 보낸 최종본으로 내용 바꾸고 싶어요]
[전에 쓴 내용에서 한두 편 정도만 수정가능해요]
[그게 아니라 새로 보낸 내용으로 전부 바꿔주세요]
[오늘 마무리한 뒤 출판사에 원고 넘겨야 해서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마감일을 넘긴 것도 모자라 최종편집하는 날 갑자기 내용을 바꾸고 싶다니... 전에 쓴 내용도 충분히 괜찮으니 가급적 그대로 가자고 설득했으나, 당사자는 요지부동. 내용을 수정해주지 않으면 빠지겠단다. 중도하차도 아닌, 마감하차라니.
곧바로 프로그램 담당자한테 상황을 설명한 뒤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수정이 힘들겠냐고 물었다.
"오늘 저녁에 오탈자만 체크해서 출판사에 원고 넘겨야 해요. 한두 편도 아니고, 작품 전체를 바꾸는 건 힘들어요."
"아님 저한테 원고 보내주시면 제가 그 부분만 수정하면 안 될까요?"
"그럼 목차도 바뀌고 전체 틀도 달라져서 곤란합니다. 급하게 편집했다가 나중에 오탈자 많이 나오는 것도 두렵고, 무엇보다 한 명의 편의만 봐주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난 결국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작가로서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학생을 떠안고 갈 자신은 없었다.
최소 분량을 채우려고 욕심냈던 탓일까. 아니면 기관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마감일을 너무 빠듯하게 잡은 탓일까. 어쨌든 책임은 나한테 있으니, 끝까지 정신줄 잡고 있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