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Jul 22. 2024

대단한 조카님


"이모, 이번 주에 스케줄이 어떻게 돼?"

"이번 주 평일엔 바쁜데... 주말에 보자."


점심 먹고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조카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제주에서 택시 타고 공항 가는 길에. 부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모의 일정을 체크하는 걸 보니 이모딱지답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막내 조카는 성격이 활발하고 대범해서 그런지 유치원에서도 인기쟁이다. 얼마 전엔 또래 학생들이랑 몇 달 동안 연습해서 뮤지컬 공연도 했단다.



"뮤지컬 배우로 등록되어서 출연료도 받는대. 겨울에 또 공연할 거야."

"정말? 우리 우빈이 대단한데? 그땐 이모도 보러 갈게."

"우와, 이모도 진짜 오는 거야?"


게임에 열중하던 조카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우량아로 태어나 이유식도 빨리 떼고 발육 상태도 남달랐던 녀석은 유치원에 가더니 제법 의젓해졌다. 어른도 힘들어하는 뮤지컬 공연을 힘든 내색 없이 꿋꿋하게 해낸 걸 보면 배우로서의 자질이 다분한 것 같다. 거기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 평소보다 몇 배로 흥분하는, 슈퍼관종이다. 


'이모'와 '시금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자기주장이 분명하며 입맛이 까다로워 음식을 섞어먹는 걸 싫어한다. 그래도 어휘력이 남다르며 한 가지에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걸 보니 내 조카 맞다. 녀석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건강하게 자라길, 집 앞에서 손을 흔들어주며 기도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외박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