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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ug 08. 2024

카페일이 내게 가르쳐준 10가지

일잘러의 업무 노하우


"새로 온 외국인 직원은 회장님도 칭찬하던데요. 일머리도 있고, 묵묵하게 맡은 일을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1.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기


같은 일을 해도 별다른 불평 없이 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소한 일에도 불평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이 있다. 때론 일잘러가 호구가 되는 세상이지만, 길게 보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인정받거나 성공할 확률이 높다. 바리스타로 몇 년 일하다 보면 온갖 종류의 손님을 상대하게 되고,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다는 걸 몸으로 익히게 된다.


2. 선반이나 테이블 등을 깨끗하게 정리하기


원래 정리를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카페일에서는 정리 및 청소가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수시로 닦고 쓸고 선반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직원들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바닥의 물기는 발견하면 바로 닦고,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두세요. 그리고 칼은 칼날이 안쪽으로 향하게 두고, 가급적 안전한 장소에 두시고요."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면 동선이 꼬이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동선을 미리 익혀두거나 수시로 주위를 살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3. 업무의 우선순위 정하기


카페일도 우선순위가 존재한다. 매장 청결 유지하기, 식재료 유통기한 확인하기, 재고 파악하기 등등. 지금 회사에서도 출근하면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한다.


"설거지는 나중에 하시고요. 주문 들어온 음료부터 만들어주세요."


입사한 지 두 달 된 직원이 있었다. 음료 만드는 건 어느 정도 손에 익었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꼼꼼하다는 것. 주말 오후, 손님들이 파도처럼 몰려들고 있는데, 설거지하느라 여념 없었다. 보고 있으려니 속이 터져서 결국 소리치고 말았다. 그래서 매니저였던 내가 주문을 받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한테는 각자 역할을 정해줬다. 그리고 잠깐 여유가 생겼을 때 매장을 둘러보며 셀프바도 정리하고 설거지도 했다.



4. 옷차림은 단정하게, 얼굴엔 미소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얼굴 못지않게 중요한 건 표정인 것 같다. 아무리 눈부신 외모를 가지고 있어도 종종 인상 쓰거나 화를 낸다면 반감되지 않을까. 위생이 중요한 카페에서는 직원들의 옷차림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머리는 단정하게 묶고, 액세서리는 가급적 착용하지 않으며, 음료나 디저트를 만들 때는 손을 깨끗하게 씻기 등등.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이다. 상냥하게 웃으면서 밝게 얘기하는 타입, 그리고 무표정하게 건성으로 주문받는 타입. 업종 상관없이 프로로 인정받으려면 전자가 유리하지 않을까.



5. 업무폭탄 속에서 멘털 부여잡기


주말, 그중에서도 성수기 주말의 카페는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다. 주문이 밀리거나 음료가 잘못 나가서 컴플레인이 연달아 들어오면 초보 직원들은 종종 울상이 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현장에서는 순발력이 필요할 때가 생각보다 많았고, 나의 두뇌는 재빠르게 돌아갔다.


Q. 만일 혼자 근무하는데 단체 손님이 몰려와 커피랑 빵, 빙수를 동시에 주문하면 무엇부터 만들어야 할까?


1. 빵은 포장을 제거하고 오븐에 데운다.

2. 빙수는 얼음만 곱게 갈아서 냉동실에 잠시 보관해 둔다.

3. 아이스커피는 얼음이랑 물 순서대로 넣고 마지막에 추출한 커피를 넣는다.

4. 빵이 완성되면 토핑을 얹고, 냅킨과 식기를 미리 챙겨둔다.

5. 빵과 커피를 세팅해 놓고, 마지막으로 냉동실에서 빙수를 꺼내 토핑을 얹는다.


*포크나 나이프의 날카로운 부분이 내 쪽으로 향하게, 손님한테는 손잡이가 향하도록 놓으면 센스쟁이^^


6. 상대의 마음이나 취향 파악하기


구체적인 언급 없이 '내 마음을 맞혀 봐'라고 상대를 괴롭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카페일을 오래 하다 보면 손님 인상만 봐도 어떤 음료를 주문할지, 어떤 취향인지 느낌이 온다.


"오늘은 플랫화이트 드실 거죠?"

"네? 그걸 어떻게..."


십 년째 단골인 카페에서 오래 얼굴을 봐온 매니저가 있었다. 메뉴를 보면서 잠시 고민하니 매니저가 선수를 친다.


상대의 취향이나 기분을 잘 파악하면 카페일 뿐만 아니라 영업이나 계약을 할 때도 유리하다.


7. 우기거나 시비 거는 사람한테 침착하게 대응하기


진상은 크게 세 가지 타입이 있다. 첫째, 우기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유형. 둘째, 쓸데없이 시비 걸면서 상대를 괴롭히는 유형. 셋째,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받으려는 유형.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손님은 아닌 맞다고 우기는 경우다.


"커피 값이 애매하게 4,100원이 뭐야? 그냥 4천 원만 받아!"

"그건 곤란한데요, 손님."

"왜 안 돼? 사장 나오라고 해!"

"저흰 프랜차이즈 카페라서 사장님이 오셔도 그건 힘들어요."


개인 매장도 아닌데 음료값을 깎아달라며 우기는 손님한테 원칙을 내세우며 단호하게 얘기했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혼잡한 주말 오후, 5만 원짜리 지폐를 내밀며 잔돈으로 바꿔달라고 조르는 손님한테는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 위치를 알려주었다.


8.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


직업이나 직무에 따라 자존감이 달라지는 직장인이 많다. 동료보다 연봉이 적거나 승진이 더디면 자신을 탓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은 내가 원하는 걸 이루거나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돈을 버는 곳이지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끼거나 쓸데없이 깎아내리는 곳이 아니다. 아무리 힘들고 짜증 나도 웃으며 일하려 노력했고,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어서 나 자신을 더욱 아끼게 되었다.


9. 직업 소명 가지기


다양한 손님들이 드나드는 공간이다 보니 종종 불쾌한 경험을 하거나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기기도 했다. 나이가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함부로 반말하거나 무시하고, 본인이 실수해 놓고 매장에서 책임지라고 큰소리치는 손님, 얌체처럼 외부 쓰레기를 매장 바닥이나 테이블에 두고 가는 손님 등등. 하지만 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만 만드는 직업이 아니다. 손님 응대부터 음료 제작, 매장 유지까지 카페를 찾는 손님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다른 직종보다 급여를 적게 받는다고,  하는 일이 단순해 보인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내가 정성껏 만든 음료나 디저트를 손님이 맛있게 먹으며 기분 좋게 머물다 가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직업 소명이 아닐까.


10. 각자 고충은 있지만 무시받아 마땅한 직업은 없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직업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거나 구분하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존재한다. 카페에서 일한다고 밝히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커피 만드는 일 하세요? 멋있어요."

"돈도 별로 못 버는데 왜 하세요?"


그러나 이직을 열 번 정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직업에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것. 기관사는 기관사다워야 하고, 의사는 의사다워야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피해 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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