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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ug 11. 2024

쇼핑을 이십 분 만에 끝내는 여자

엔트제의 쇼핑법


"아직 멀었어요? 이제 그만 가요."


여자들끼리 모이면 쇼핑에 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난 명품에도 패션에도 크게 관심이 없어서 끼지 못할 때가 많다.


"명품 가방은 엄마나 여동생이 싫증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옷이나 신발은 올케나 여동생한테 가끔 얻어 입어요."

 

그래도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분기별로 한 번씩 쇼핑하러 간다. 정확히 말해 옷이나 신발을 산다.


'모임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반바지나 사러 갈까?'

중저가 브랜드가 모여 있는 쇼핑몰에 주차한 뒤 곧장 즐겨 찾는 매장으로 향했다.


'색깔은 예쁜데 사이즈가 맞을까? XS이 25인치였네. 셔츠는 80부터 나오잖아. 재수!!'


속으로 휘파람을 부르며 피팅룸에서 카키색 스커트와 빨간 셔츠부터 입어본다. 스커트는 마음에 드는데 셔츠는 살짝 크고 핏도 생각보다 별로였다. 이번엔 티셔츠를 둘러보다 색깔도 디자인도 맘에 드는 걸로 골라 스커트 위에 입어본다. 나름 잘 어울리니... 합격:)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가끔 윈도쇼핑도 했지만, 나이가 드니 쇼핑도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꼭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자꾸 미루게 된다. 그리고 일행이 있어도 가능하면 한 시간 안에 쇼핑을 끝내려고 한다.


예전에 가족들이랑 쇼핑하러 갔다가 배고파서 아버지랑 둘이서 먼저 식사한 적도 있고, 조카들 데리고 세 시간 넘게 돌아다니느라 몸살난 적도 있다. 인터넷쇼핑 역시 즐겨 찾는 사이트에 가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한 뒤 가격이랑 리뷰 몇 개 둘러보고 구입을 결정한다.


물론 꼼꼼하게 비교하면 좀 더 나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엔트제에게 쇼핑은 때로 스트레스이자 시간낭비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도 난 매장 둘러보는데 오 분, 옷 입어보는 데 십 분, 계산하는 데 오 분. 합쳐서 이십 분 만에 옷 한 벌을 장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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