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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ug 24. 2024

#35 못 말리는 가족의 남해여행


"내일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할 거니까 회사 앞에서 보자."


드디어 가족들과 남해로 떠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외향적이고 기분파인 나의 가족은 여행 갈 때도 즉흥적으로 결정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매번 급하게 일정을 짜거나 숙소를 예약해서 일이 꼬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엄마 지금 사우나에 있으니까 데리 올래?"


8시 30분경. 엄마를 모시고 와서 출발한 시각은 8시 50분. 그래도 아버지가 여유 있게 시간을 정한 덕분에 늦지 않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 어디서 먹을까?"

"전에 생선구이 집 어때?"


그렇게 몇 분 만에 점심 메뉴가 정해졌고, 남동생과 올케, 조카가 한 팀, 부모님과 내가 한 팀이 되어 이동했다. 하지만 네비가 살짝 헤매는 바람에 음식점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재작년 명절 때 교통체증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점심 먹고 바로 출발했는데도 휴게소 입구부터 막히기 시작했고, 부산까지 오는데 5시간 넘게 걸렸다.


이번엔 일찍 출발한 덕분에 제시간에 도착했고, 휴가철이 살짝 지나서 비교적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남해에서 가볼 만한 곳은 독일마을, 다랭이마을, 그리고 설리 전망대이다. 특히 '설리 스카이워크'는 일몰이 예술이다. 해수욕장도 덜 알려져서 그런지 한적한 바닷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고모 혹시 제이야?"

"응. 고모 티제이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있으니 조카가 물었다. 그리고 갑자기 '티라미수 케이크'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남동생 부부가 골프를 칠 동안, 조카랑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조카는 티브이 보면서 게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고모가 곁에 있는지 수시로 살폈다.


"신비의 아파트 영화로 봤어요? 저건 꼭 봐야 해요."

마침 티브이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가 나오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조카랑 <신비의 아파트>를 뮤지컬로 본 적 있는데, 덕분에 우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개성 강하고 즉흥적인 면이 강하지만, 필요하면 힘을 합치거나 양보할 줄 아는 가족. 그리고 오랜만의 여행. 각자 사느라 바빠서 모일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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