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Sep 14. 2024

어쩌다 보니 댕댕 집사


"우리 몰래 댕댕 스타 나가려고 준비하나 봐요."


올해 16세에 접어든 아톰 대리는 최근에 노안이 심해져 앞이 거의 안 보인다. 배변도 잘 가리고 제법 활발했는데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식욕과 성대만은 살아있어서 곧잘 짖는다.


"사무실 입구에 아이스박스를 두고 왔는데, 그 안에 든 닭가슴살 꺼내서 냉장고에 좀 넣어줄래요?"


연휴 전날, 저녁을 먹고 있는데 부장님한테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할 수 없이 회사에 들렀는데 아톰 대리가 구석에 뻗어서 자고 있었다. 3층 숙소에 있는 초코 사원도 마음에 걸려 올라가니 반갑다고 난리다.


"또 보니까 좋지?"

여우처럼 생긴 초코는 피부병이 있는 것 빼곤 건강한 편이며, 한 번 친해지면  울트라 급 애교를 자랑한다.


"집에 가는 길에 백구나 봐야겠다."


마지막 댕댕이는 동네에 사는 백구다. 목줄에 매달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가끔 밤늦게 짖고, 차 소리만 나도 반가워서 달려 나온다.


"오늘은 몸에 좋은 고구마 가져왔어."

하지만 고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실망한 기색이 뚜렷하다. 밥그릇에 넣어준 뒤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드디어 진짜 퇴근이구나. 어쩌다 보니 댕댕 집사가 되었네. 이것도 숙명인 건가?'


그렇게 집사의 긴 하루도 끝났고, 내일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가족*멜로>를 보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