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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댕댕 집사

by 은수달


"우리 몰래 댕댕 스타 나가려고 준비하나 봐요."


올해 16세에 접어든 아톰 대리는 최근에 노안이 심해져 앞이 거의 안 보인다. 배변도 잘 가리고 제법 활발했는데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식욕과 성대만은 살아있어서 곧잘 짖는다.


"사무실 입구에 아이스박스를 두고 왔는데, 그 안에 든 닭가슴살 꺼내서 냉장고에 좀 넣어줄래요?"


연휴 전날, 저녁을 먹고 있는데 부장님한테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할 수 없이 회사에 들렀는데 아톰 대리가 구석에 뻗어서 자고 있었다. 3층 숙소에 있는 초코 사원도 마음에 걸려 올라가니 반갑다고 난리다.


"또 보니까 좋지?"

여우처럼 생긴 초코는 피부병이 있는 것 빼곤 건강한 편이며, 한 번 친해지면 울트라 급 애교를 자랑한다.


"집에 가는 길에 백구나 봐야겠다."


마지막 댕댕이는 동네에 사는 백구다. 목줄에 매달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가끔 밤늦게 짖고, 차 소리만 나도 반가워서 달려 나온다.


"오늘은 몸에 좋은 고구마 가져왔어."

하지만 고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실망한 기색이 뚜렷하다. 밥그릇에 넣어준 뒤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드디어 진짜 퇴근이구나. 어쩌다 보니 댕댕 집사가 되었네. 이것도 숙명인 건가?'


그렇게 집사의 긴 하루도 끝났고, 내일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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