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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Sep 11. 2024

드라마 <가족*멜로>를 보면서

가족의 재정의


"이달 말에 애들 온다던데 주말에 시간 되니?"


연휴를 앞두고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는데, 엄마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전 같으면 시간 비워두라고 통보했을 텐데 작년에 독립(?) 전쟁을 치른 후 사뭇 달라진 태도다. 하지만 바쁘다고 마냥 모른 척할 수 없어서 주말 하루는 시간을 빼놓기로 했다.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가족*멜로>를 애청 중이다. 사업에 거듭 실패한 아버지가 쫓겨난 뒤 부자가 되어 가족들 앞에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IMF 시절, 나의 아버지는 운이 나빠서 사업에 실패했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던 난 미래가 막막하기만 했다. 엄마의 생존 본능 덕분에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취업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 상경했고,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웠다.


"힘들거나 기대고 싶을 때 언제든 와도 돼."


엄마한테 강제로(?) 독립당한 딸은 엄마의 편지를 읽고 나서 전에 살던 집으로 달려간다. 그 장면을 보면서 뭉클했고, '난 엄마한테 저렇게 기대거나 투정 부린 적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본인 인생만으로도 버거워하는 엄마 곁에서 난 K 장녀답게 동생들한테 모범을 보이며 힘들다는 얘기를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엄마가 본인 생일을 까맣게 잊어버려 서운했다는 어느 딸의 사연을 읽으며, '바쁘다 보면 잊어버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작년 내 생일을 깜박하고 뒤늦게 챙겨줬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부모이기 때문에 이래야 하고, 자식이기 때문에 부모한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집마다 수저 모양이 다른 것처럼, 가족의 분위기도 가지각색이다. 자기 관리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쓸데없는 감정 소비나 비합리적인 걸 싫어한다. 가족 사이에도 돈거래는 확실하게 하고, 할 말은 해야 건강하게 오래 볼 수 있다.


자식이 성장한 뒤에도 계속 돌봐주는 헬리콥터 맘부터 경제적, 정신적으로 기대려고만 하는 캥거루족, 자녀 없이 잘 살아가는 딩크 족, 인구의 30퍼센트 이상 차지하는 나 홀로 가구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통해 가족의 정의에 대해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1213/1225999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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