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수와 에프킬라가 만났을 때 3화
3. 싸움은 말로 물 가르기
"이번 주 토요일에 동창회 있는데 갈지 말지 고민되네."
"고민은 왜 해? 가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되지."
"자기랑 데이트해야 하는데 내가 동창들 만나면 서운해할까 봐 그러지."
"어쩌다 한 번인데 맘 편하게 다녀와. 그런 것까지 나한테 일일이 물어보거나 허락받을 필요 없어."
예상을 뛰어넘는 티라미수의 쿨함과 관대함에 에프킬라는 다시 한번 놀랐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싸움은 그가 동창회를 다녀온 다음날 시작되었다. 평소보다 과음한 그는 귀가하자마자 기절했고, 다음날 아침 그녀한테 걸려온 전화도 한참 뒤에 받았다.
"뭐 하느라 이제 전화를 받아? 오늘 점심 같이 먹자고 해놓고 연락도 안 되고 몇 시에 볼 건지 정하지도 않고."
"미안.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일찍 들어오려고 했는데 녀석들이 붙잡는 바람에..."
"핑계는 됐고. 그래서 점심 같이 먹을 거야 말 거야?"
화나면 목소리를 깔고 논리적으로 따지는 그녀가 그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고, 티라서 미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마음먹으면 결국 해내고야 마는 근성이 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