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그까짓 사람, 그래도 사람
'누나라는 호칭이 이렇게 설렐 수가 있는 건가?'
그가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그녀의 심장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바스락거렸다. 친동생이나 아는 동생이 '누나'라고 부르면 어떤 부탁을 할지 몰라 긴장했는데, 정훈이 부르니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이쪽으로 오세요. 비좁잖아요."
"괜찮아요."
그를 남몰래 좋아하던 여자는 그녀의 존재를 경계하며 그한테서 떼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웃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누나라고 불러도 돼요?]
[이미 부르고 있잖아]
[그런가요? ㅎㅎ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요. 담에 또 봐용]
[그래 ㅎㅎ 잘 자~]
톡을 주고받는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래도 사람'이라고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