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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랑 소설 사이
티라미수와 에프킬라가 만났을 때 7화
7. 수플레를 대하는 자세
by
은수달
Feb 28. 2025
"수플레 먹으니까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이 정도의 푹신함을 유지하려면 반죽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뭐... 적당히 맛있을 정도?"
"세상에 적당히 맛있는 건 없어. 정말 맛있거나, 완전 맛없거나."
"꼭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누어야겠어? 맛은 덜해도 왠지 끌리는 음식이 있고, 아무리 맛있어도 손이 안 가는 음식도 있잖아."
에프킬라는 인절미 시럽에 수플레 한 조각을 찍어먹으며 말했다.
"맛있는데 어떻게 손이 안 갈 수가 있어? 그건 맛있는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런가? 아무튼 어릴 적 엄마 품에 안겨서 칭얼거리던 시절이 생각나는 맛이야."
"짜증 나는 상사의 목소리와 미세먼지를 잊게 만드는 맛이기도 하지."
수플레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 두 사람의 논쟁은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맛보는 수플레가 어느 디저트보다 맛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디저트 하나를 대하는 자세도 이렇게 다른데, 연애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차이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몰라."
"하지만 양심이나 자격 없는 사람들이 연애해서 엄한 사람 인생 망치는 건 짜증 나. 연애도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어."
"사귀자고 고백하는 순간 자격증부터 내밀어야겠네? 운전대 잡는 순간 면허증이 꼭 필요한 것처럼."
"맞아. 도로교통법 어기면 과태료라도 내지만, 연애를 빙자해서 사기 치거나 상처 주는 사람한텐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다며 면죄부를 주잖아."
에프킬라는 소개팅 첫날, 상대의 조건을 꼼꼼히 따져가며 계산기를 두드리던 여자가 떠올랐고, 티라미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괴롭히며 궁지로 몰고 간 남자가 생각나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수플레를 입안 가득 넣고 위장 속으로 떠밀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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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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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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